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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쏭리뷰/밤바쏭의 문화생활

[전시기록] Back to the Future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안녕하세요! 밤바쏭입니다. 

얼마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관람한 전시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이번 관람한 전시는 [백투더퓨처 :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 인데요, 

이날 총 세개의 전시를 관람하였는데, 그중 첫번째로 이 전시를 기록하였습니다. 

 

시작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정보 & 전시정보

 

 

[국립현대미술관 정보]

- 공간 명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주소 :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 운영시간 : 월,화,목,금,일요일10:00~18:00 / 수요일, 토요일 21:00까지 (휴관일 :1월1일, 설날, 추석)

 

 

 

[ 전시정보]

 

 

-전시 명 :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

-전시기간 : 2023. 06. 16. ~ 2024. 09. 08

-작가 : 공성훈, 구동희, 금혜원, 김두진, 김법, 김상돈, 김세진, 김아영,

남화연, 노재운, 노충현, 박이소, 박화영, 서현석, 안정주, 유비호, 이동기, 이용백, 정재호, 최정화, 함양아 (21명)

-작품 수: 33점(아카이브 5점)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층, 1전시실 및 열린공간

-촬영여부 : 사진촬영 허용(플레쉬X), 동영상촬영 불가.

 


 

2. 티켓팅과 전시입장 

 

저는 예술인패스를 보유하고 있어, 예술인패스와 함께 신분증을 보여드린 후 무료티켓을 발권받았습니다. 

방문한 이날 전시는 총 3개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그중 먼저 소개드리는 이번 전시는 1층 전시관 1전시관에서 진행 중이었습니다. 

 

 

 

벌써 2년전인 최우람의 작은방주 전시를 관람하려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사람이 직접 티켓을 확인하고, 구멍을 뚫어주셔야만 입장이 가능했는데, 

전시장 앞쪽에 티켓확인 기계가 생겨 자동화가 되었습니다. 

또, 구역별로 입장할 때도 안내원분들이 계수기로 딸각 딸각 하시며 관람객 수를 세곤 하셨는데, 

살짝 아쉬웠습니다만, 기술이 발달해 보다 편리해진 점은 좋았습니다. 

 

 

https://bambasong.tistory.com/3

 

[전시기록] 2022 최우람-작은방주/전시정보,설명,영상(풀영상포함)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 최우람 [작은 방주] 전시리뷰를 시작합니다. 전시정보 전시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 전시실, 서울박스 전시 기간 : 2022. 09. 09 ~ 2023. 02. 26 관람시간 :

bambasong.tistory.com

 

 

아래 사진처럼 QR코드를 스캔하는 기계가 비치되어 있고, 

사진촬영 및 동영상촬영 안내와 더불어 반입금지 물품에 대한 안내가 되어있습니다. 

 

 

 


전시 소개 

 

[전시 서문]

MMCA 소장품 특별전 «백 투 더 퓨처 –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소장품을 대중에 선보이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 동안 미술관이 수집한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주목할 만한 특징을 확인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았다. 미술관의 작품 수집 정책과 방향에 따라 매년 시기·장르·주제별로 고른 수집 분포를 보이는바, 미술관은 지난 5년 동안에도 다양한 시기·장르·주제의 작품을 모았다. 그중 해당 수집 기간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로, 공성훈, 김범, 박이소 등을 포함, 1990년대라는 시대전환기를 예술적 토양으로 삼아 소위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양상을 드러낸 작가의 작품이 다수 수집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시기적으로 1990년대를 중심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를 상호 영향 범위로 설정하고,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작가적 정체성을 구축한 작가들의 당시 작업과 최근으로 이어진 그들의 작품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런가 하면 20세기 말, 21세기 초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 혼재하던 시기를 관통하며 성장하고, 한국 미술 현장에 등장하여 지금 우리 현대미술계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선보인다. 또한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확인되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의 맥락 속에서 주목할 작가들의 작품도 마주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해당 시기 주요 작품들에 대한 수집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관련해서 이미 수집된 소장품을 모두 이 자리에서 소개할 수는 없는 여건이나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지만 역사화의 단계로 조속히 유입되어야 하는 시기의 한국미술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전시 명 '백 투 더 퓨처'는 1985년 개봉하였던 영화와 동명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주제의 기획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공간이 충돌하는 이 영화를 모티브로 1987년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의 맥락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로 종종 거론되는 시기였고, 1980년 말부터 1990년대는 대내외적으로 급변하는 정치, 경제, 사회등 대중문화예술까지 큰 영향력을 가진 때로 꼽습니다. 시대 변화과 맞물려 전개된 전향적 세대 전환은 이 시기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라 할 수있고, 기존 관습이 묻어나지 않고, 이전 놀리로는 해석되지 않는 현상과 상황을 거리낌 없이 타고 넘는 세대의 탄생은 해당 시기를 정의하는 주요 기제입니다.

 

미래를 지금이라 놓고 보며 소환 된 것이 무엇인지 상상하며 관람하는게 포인트인 듯 합니다.

 

어릴적 백투더 퓨처 영화를 본적 있었는데,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영화 10위안에 꼽는 영화로 기억합니다. 지금보면 약간의 촌스러움이 있고, 또 엉성한 CG들로 웃음이 나기도 하는데요, 미래와 과거를 아우르는 소재로 인해 굉장히 흥미로웠던 영화입니다.  인상 깊었던 대사로는 "미래는 너희들이 만드는 것이란다"입니다.

제가 관람했던 영화시기도 과거인데, 30년전 과거로 가서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며 모든게 신선했습니다.

 

 


 

section. 1 시대 변환과 미술 지형 변동

 

 

 1990년대를 관통하여 2000년대로 이어지는 이 시기의 미술은 마치 지각변동과도 같은 전 세계적 체질 변화 상황과 이와 연관된 한국의 사회 환경을 그대로 흡수했다.

그래서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은 보편적이면서 특징적이고, 전 세계적인 차원과 우리사회 내적맥락을 함께 고려할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동시대성'은 상황과 사태를 순차적이고 선형적인 시공간의 흐름으로 다루거나 인식하는 체계와는 다른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복합적이고 뒤얽힌 시공간과 상황, 조건들을 수용하는 판단 가치와 관련되어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의 바탕이 되는 맥락을 당대 발현된 미술 행위들에서 확인하고자 한다. 이에 이번 전시의 시작점에서 우선 지난 5년간 미술관이 수집한 작품들 중 공선훈, 김범, 박이소, 이동기, 이용백, 최정화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양상의 형성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백투더퓨처 안정주

 

 

<영원한 친구와 손에 손잡고>, 안정주

 

 

1988년 서울올림픽의 주제가였던 <손에 손잡고>와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주제가 <영원한 친구>를 하나의 곡으로 리믹스 한 뒤 당시 중계영상과 함께 편집한 이 작품은, 2016년 안정주 작가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네프켄재단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제작한 것입니다.

올림픽 개막 행사와 경기 장면 가운데 일부는 우너본과 다르게 느리게 조작되거나 짧은 프레임으로 반복되면서 시각적인 균열과 긴장을 만들어 내는데요,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전 세계의 연대와 평화에 이바지 한다는 기치아래 개최되는 국제적인 행사입니다.

88올림픽이 열릴 당시, 우리에게 이 대회는 세계화를 향한 시개의 열망을 상징하는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의 화려한 열기 이면에는 급격한 개발과 이로인한 사회적인 갈등 같은 여러 모순이 놓여 있었습니다.

작가는 아날로그 TV의 흐릿한 화면과 노이즈 현상이 만들어내는 균열과 긴장을 통해 이런 갈등과 모순을 드러내면서, 현재의 시각에서 올림픽의 의미를 환기합니다.

 

 

버추얼 리얼리티, 공성훈

 

 

 

1994년 대전에서 열린 엑스포과학공원 개관 기념전, <<기술과 정보 그리고 환경의 미술>>에 출품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작가는 만화경과 헬멧이 결합한 기계장치를 선보였고, 19세기에 발명한 만화경은 거울의 반사를 이용해 화려하고 환상적인 기하학적 문양을 보여주는 물건입니다.

헬멧과 만화경이라는 이중의 필터를 쓴 채 현실과는 다른 세상을 보게하는 이 작품은, 마치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VR,즉 가상현실 기기를 연상케 합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전자공학과에 다시 진학해 예술과 과학의 결합을 시도했던 작가는,

이 작품에서 '가성 현실 속 가상현실'이라는 의미의 제목처럼, 과학과 기술에 대한 복잡다단한 시각을 드러내면서 실재와 가상이라는 오랜 화두를 건드립니다.

 

공성훈

 

 

 

2010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1위~10위, 박이소

 

제목과는 달리 이 작품은 7년 전, 즉 2003년에 제작된 것입니다.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되었던 작품인데요, 박이소는 당시 7년 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건축물을 직접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그 모형을 백색 유토로 제작했습니다.

1위에 꼽힌 높이 1,000미터의 호주의 솔라 타워에서부터 6위로 조사된 한국 서울의 상암동 비즈니스 센터등이 포함된 이 건축물들을 작가는 낮은 좌대에 나란히 모형으로 배치에 그 크기를 서로 비교해볼 수 있게 했습니다.

2위부터 10위까지의 건축물은 대략 70cm정도로 비슷하게 만들었고, 가장 높은 건물은 130cm높이의 원통형 PVC파이프로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이런 세계 유수의 고층 건물들을 견고한 재료로 쌓아 올리는 대신, 물렁물렁하며 값싼 재료를 사용해 만듭니다.

덕분에 엉성하고 어딘가 모르게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는 이 건물들은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 허무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날 작품 보존 처리중이라는 안내문이 쓰여있었는데, 이런 안내문이 있는것도 반가웠습니다.

모든게 다 갖춰진 작품을 보는 것보다 특이한 상황, 늘 볼수없는 상황에 마주쳤을 때의 반가움인 듯 합니다.

 

 


 

전시운영자시선으로 바라본 안내문구 및 글자크기

 

보통의 안내문구라 함은 눈에 잘띄는 대비되는 색으로 하는데,

이날 제가 신기하게 본 안내문구는 벽체 색과 유사한 톤으로 되어있어 전시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읽히게 되는 신기한 글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으나, 글씨크기 및 색상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한번 사진으로 남겨보았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박이소

 

2003년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박이소는 각목으로 제작한 위태로운 구조물을 한국관 건물 앞마당에 설치했습니다.물이 찬 4개의 세숫대야에 직사각형 구조의 각목이 각각 다리를 내려버티고 서 있는 이 작품에도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각목으로 만든 사각의 틀은 베니스라는 도시를 상징하고,대야를 채운 물은 이 도시를 둘러싼 바다를 의미합니다.

이 사각 프레임의 모서리에는 2개의 각목이 사선으로 걸쳐져 있습니다.두 각목에는 각각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린 자르디니 공원의 26개 국가관과 3개의 아르셀라네 주제관이 나란히 조각돼 있습니다.당시에 세워진 실제 국가관들은 규모와 크기가 모두 달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 속의 미니어처 조각에서 작가는 모든 국가관을 3cm의 동일한 크기로 만들어 배치했습니다.

 

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미술전이지만,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국가들끼리 경쟁하고 상을 주면서 문화 패권을 겨루는 장이 되어오기도 했습니다.박이소는 이런 경쟁의 장에 작가로 참여함으로써 자신 역시 개인적인 욕망을 표출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동시에,문화 패권주의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비엔날레의 권위에 물음을 던집니다. 인간의 탐욕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위태한 것 위에 올라가 있는지를 개념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전시 후 부분 소실되었기 때문에, 작가의 드로잉과 기록을 근거로 2023년 재구성해 다시 제작한 것입니다.

 

박이소

 

이 작품에서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바로 베니스비엔날레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바닥면공사를 했다는 점입니다. 

자세히보면 대야가 바닥면에 박혀있습니다. 

이 부분 설치를 위해 바닥공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인상깊었습니다. 

 

예전 아니쉬카푸어 전시를 보며 작품을 설치하기위해 바닥과 벽면전체를 마치 기존에 있던 벽면처럼 자연스러운 마감이 더욱 작품을 돋보이게 했었는데요, 이때가 떠오르는 작품설치법이었습니다. 

또한, 작품을 감상하며 벽면 도색의 변화와 높낮이의 변화가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아서 더욱 새로운 작품에 몰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박이소

 

 

 


 

 

section 2. 불일치의 활성화

 

'동시대성'을 단순한 시간적 차원의 개념이 아니라 기존의 헤게모니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련하여 다루어 볼 때,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매체로 미디어 작업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싱글채널 비디오의 본격적인 개화시기를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로 볼 수 있는 이유는 대중, 영상, 문화의 시대 맥락과 맞닿아 있다. 비선형적 이야기 구조, 분절적 화면 전개, 시간적 굴적, 시청각적 감각의 뒤틀림 등은 지금과 같은 미디어 영상 시대에는 더 이상 낯설지 않으니 이 어법들이 작품에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중 후반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세진, 박화영, 유비호, 함양아 등 이들 작가 초기 미디어 작업과 김아영, 남화연, 안정주 등의 2010년대 전후 미디어 작업, 그러니까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시공간의 관계망과 관련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한국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관객과 함께 들여다 보고자 한다.

 

 

3개의 세계 (에셔에 의한, 청계고가도로 1/13/97 5:00-5:20a.m.),  김범

 

이 영상 작품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1997년 1월 13일 새벽의 청계 고가도로를 촬영한 것입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이 고가도로의 모습을택시의 백미러를 이용해 담아낸 것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바깥 풍경은 달리는 차의 전면유리창과 백미러, 사이드미러를 통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분절된 채 하나의 화면 속에 뒤섞입니다.

 

앞으로는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차들이 보이고, 사이드미러 속으로는 택시 옆을 스쳐 가는 차들이 보이며

백미러에는 차량 뒤편으로 멀어지는 풍경들이 비치고 있습니다.

이런 풍경들은 마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응축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한 화면 안에 담긴 차 안의 모습과 고가도로의 풍경은, 안과 밖이라는 공간의 접합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화면 안에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공간을 담아낸 구성은 네덜란드의 판화가 M. C. 에셔의 작품, ‹3개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이 판화 작품에서 에셔는 물 표면에 비친 나무와 수면 위에 떠다니는 나뭇잎, 그리고 물 아래로 헤엄치는 물고기를 하나의 화면에 담아3개의 공간적 차원을 교차시킵니다.

 

김범은 여기에 시간이라는 요소를 더하는데요, 고가도로라는 장소가 지니는 움직임과 속도를 통해

해당 장소의 시간적인 특성까지도 화면 속에 포착해 담아낸 것입니다.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듯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시간과 공간은 서로 교차하고 중첩하고 굴절될 수 있다는 것을 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기회되는 것들 (포스트 아이엠에프), 이용백

 

정장을 입은 한 남성이 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채 수심이 10미터나 되는 물속을 걸어갑니다.

구조용 호흡기 하나에 의지한 채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던 남성은 힘겹게 버티다 결국 물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1996년 독일에서 유학을 마친 뒤 귀국한 작가는,곧이어 찾아온 IMF 외환 위기 상황을 이 영상 속에 담았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숨 쉬기도 어렵다’고 표현한 지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만든 이 작품은, IMF 위기를 포함한 1990년대 후반의 불안한 시대상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입니다.

또한 더 나아가 제한적인 틀에 갇힌 채 생존을 위해 힘겹게 저항하다가결국 공기처럼 사라져버리는 현대인의 자화상 같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작가적 관심이 드러난 이용백의 초기작으로서, 2002년 제5회 광주비엔날레에서 2채널 영상으로 상영되었습니다.

 

 

 

 

 


section 3. 이질성과 그 비평적 시공간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걸쳐, 한국의 미술은 시대적인 특성을 본격적으로 발현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개별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가들을 배출합니다.

그야말로 동시대 미술 작가라 명명할 수 있는 이들은 미디어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회화나 사진 같은 평면 작업 분야에서도 복잡다단한 현실의 관계망을 타고 넘나들며, 자신들의 작업역량을 보여줍니다.

 

 

 

 

 

난장이의 공, 정재

 

 

세운 상가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풍경을 담은 이 작품은 마치 사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지 위에 먹과 아크릴릭 물감을 이용해 붓질로 쌓아 올린 세밀화입니다. 동양화를 전공한 정재호는 꾸준히 도시의 풍경을 그림 속에 담아 왔는데요,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근대화의 과정이 도시에 남겨놓은 흔적입니다.이 작품에서는 1970년대에 지어진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 세운 상가의 주변으로 시선을 옮기는데요,잿빛 하늘 밑에 늘어선 청계천과 동대문 주변의 남루한 옥상 풍경들 사이로 저 멀리 두산타워가 보이고 있죠.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뤘던 시기, 일종의 유토피아적 공간으로 자리했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생기 없이 어딘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이 건물들이 만들어낸 스카이라인 위의 하늘에는 난데없이 로켓이 하나 떠 있습니다.이 로켓의 등장은 사실적인 서울의 풍경을 어딘가 모르게 낯설어 보이도록 만듭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난장이의 공›이라는 걸 한번 상기해볼까요?

이 제목은 한국의 산업화 당시 모습을 다룬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따왔습니다.

소설에서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주인공은 달나라로 떠나길 꿈꾸면서 쇠공을 쏘아 올리는데요, 이 그림에 그려진 로켓은 소외된 사람들의 희망과 염원을 상징하는 작은 공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70년대에 팽배했던 급속한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밝은 미래에 대한 환상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남루한 땅을 벗어나 하늘로 날아가고 싶은 욕구를 대변하는 이 작은 공은 과연 무사히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한 메세지를 남깁니다.

 

 

푸른영토 20, 푸른영토-부유하는섬 , 금혜원

 

 

 

금혜원 작가의 ‹푸른 영토› 시리즈는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개발 공사 현장의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한 작업입니다. 여기서 푸른 영토는, 침수 방지를 위해 철거 현장에 덮어 놓은

파란색 방수포를 의미합니다.

재개발 현장은 파괴와 건설이 동시에 일어나는 장소입니다. 누군가는 개발로 이익을 얻지만, 누군가는 그로 인해 상실과 아픔을 겪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에게 푸른색은 이중적인 빛깔입니다. 희망과 긍정을 상징하기도 하고 우울과 상처를 내포하기도 합니다. 이런 균열과 상흔을 표현하는 푸른 장막은 폐허의 현장을 가리고 있다가

어느 순간 마치 마술쇼처럼 완전히 다른 맥락의 장소로 탈바꿈한 공간을 보여줄 겁니다.

그리고 이런 푸른 영토는 끊임없이 확장되면서 도시라는 공간을 낯선 곳으로 만들어가게 됩니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푸른 색감이 화면 가득 넘실대는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담아냄으로써, 재개발 논리에 의해 짓눌린 상황과 그 밑에 감춰진 상흔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마, 노충현

 

 

 

노충현은 2천년대 중반부터 서울 한강시민공원과 고수부지의 풍경을 ‘살풍경’이라는 제목의 연작 속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06년 여름의 어느날, 빗물에 잠긴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그림의 화면은 직선으로 구획해 놓은 수영장의 경계선에 의해 사선들로 커다랗게 나뉩니다.

작가는 이 경계선을 따라 하단의 로프에서부터 수영장 계단, 안전요원이 앉는 의자와 그늘 천막 등을 배치했습니다. 평소라면 북적였을 인파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덕분에 비 오는 날의 황량한 분위기는 더욱 쓸쓸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촬영된 원본 사진과는 달리, 부정확한 투시로 풍경을 포착하고되도록 물감을 얇게 발라 뿌연 흙탕물의 인상을 담아내고 있는 그림입니다.

 

 

 

 

 

 


 

section 4. 

 

 

우리 사회는 서구의 역사가 긴 시간에 걸쳐 밟아 온 역사를 순차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짧은 시간 안에 응축시켜 놓았습니다. 그 결과 전근대와 근대, 현대와 미래가 뒤섞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그런데 전근대적인 것과 최첨단의 것이 혼재하고, 중심은 사라진 채 모든 것이 뒤섞인 우리 사회의 이런 특수한 풍경은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시대의 미술이 추구하는 감수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토록 닿고 싶어 했던 세계 미술의 보편적인 가치가 지금 우리의 안에 이미 자리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입니다.

 

 

 

내일의 꽃 , 최정화

 

 

최정화는 작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꽃’을 자신의 주요 소재이자 주제로 다뤄오고 있습니다.

난지도에 버려진 이불보의 거대한 꽃 형상 문양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그는 이를 통해 죽음과 삶의 순환을 새삼 환기하게 됐다는데요,

플라스틱을 비롯해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꽃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전개해온 그의 작품 가운데 이번에 전시된 ‹내일의 꽃›은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조 수목과 화분에

도료를 코팅해 만든 연작 시리즈입니다. 철가루로 뒤덮인 시든 꽃들과 형광색으로 피어난 꽃들이 대조를 이루는 이 작품에서,작가는 살아있는 식물의 피고 지는 모습을 인조식물로 표현합니다.

이를 통해 생과 사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다는 어김없는 진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시 끝. 

 

 

미래에 잠시 다녀온느낌과 과거를 다녀온 느낌 두가지가 공존되어 재밌게 관람하였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관람할 때마다 느낀점은 굉장히 기획에 디테일하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전문가들이 전시기획단계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볼 수 있을분더러 전시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들까지 좋은물품으로 잘 구성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놀라웠던 점 두가지는

1. 층고가 굉장히 높은데도 스팟조명이 멀리서도 작품을 정확하게 쏘고있는점.

2. 온라인 브로셔와 온라인 오디오가이드가 잘되었던 점.

 

작품을 감상할 때 저는 먼저 날것 그대로의 작품을 보고 혼자 고민한 뒤 작가의 의도와 전시기획 의도를 돌아보곤합니다.

내가 느꼈던 것들과 실제 작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방향이 어떤지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고 훨씬 풍부한 감상이 되는 느낌을 받고나서부터 이렇게 감상합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현대미술 흐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하는 의도는 맨처음 88올림픽에서부터 빡 느껴졌습니다.

 

또 미디어 작품들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 1인으로서

이번 전시에서 관람한 미디어 작품들이 너무 신선했고

또 지금 기술력이 아닌 그때당시의 기술력 그리고 표현방법이 익숙한 듯 낯설었습니다.

 

하여 더욱 몰입하고 혼자 또 분석하고 공감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미디어를 더욱 돋보이게 했던 요소들은 공간연출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한 큐브형태의 전시장 속 빔프로젝트 연출이 아닌 네모난 공간 속 x자 분할로 되어 각 면에 비디어를 연출하였는데 이공간에 들어갈 당시 뭔가 영상편집할때 디졸브 효과를 받았습니다.

 

의도된 연출인지는 모르겠으니 쑤욱 점차 빨려들어가서 영상을 보게되는 구조로 느껴졌고 함께 동행한 남편도 서로 맞춘것처럼 “공간연출이 너무 좋다”를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작품과 기획이 너무 잘 맞게 된것같고 섹션별 작가들의 메세지가 어떤느낌인지 글을 보지않아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인성깊었던 모습이 담긴 두 사진을 나열하였는데

 

 

 

 

 

 

1. 88올림픽 티비 뒤 엄청많은 전기배선들과 프로그램 기계들 (노동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낌)

얼마나 오래걸렸을까 하면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품도 아닌 작품 뒷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1인)

 

2. 코로나 이후 그리고 2024년 첫 미술전시관람 후 개인 오디오가이드와 온라인 브로셔가 완전히 정착되었구나를 깨닫게한 큐알코드

어쩌면 최근 몇년동안 당연해진 큐알코드와 온라인 도슨트 그리고 온라인 브로셔지만

완전한 개인미디어 시대로 넘어갔구나를 혼자 깨닫고 예전 도슨트 기기 돈주고 빌렸던 때와 종이 브로셔 구겨지며 봤던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지하철 개찰구에 종이넣고 탔던때에서 버스카드로 넘어가는 그런 느낌일까요? 괜히 아쉬우면서 편해서 좋긴하고 굉장히 다양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문의 전시글과 사담으로 끝을 맺는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